작가의 노트
생의 수레바퀴를 돌아 구석구석을 감싸는 지구의 연인이 되고 싶었다.
여행과 사진의 감각으로 현실의 어둠을 걷어내고 싶었다.
30대 중반이었던가, 난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세계지도를 들고 미지의 땅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가까운 아시아에서부터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남미까지 눈빛과 몸짓으로 소통하며
교감하기를 삼십년이 되어간다.
나는 태생적으로 빛의 무리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이미 예견된 운명인 듯 여행은 자연스럽고 즐거웠다.
나를 둘러싼 인연의 매듭을 단단히 엮어가며 함께 즐기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을 모시고 가는 마음으로 마일리지를 쌓고 또 쌓았다. 때론 고객들과 주홍빛 술잔에 젖은
대화가 눈물을 찔끔 자아내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정이 넘치는 추억의 한 자락이 아니겠는가.
그동안 수없이 눌러댄 셔터와 내 앵글 속으로 들어온 세상을 펼쳐볼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
사랑과 환희, 그리움과 연민, 기쁨과 서글픔, 뿌듯함과 아쉬움, 고통과 인내가 담긴 진솔한 세상의
모습을 사랑한다. 그것을 사랑할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