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90도로 굽은 할머니가
종이 상자를 힘겹게 주워 모아
몇푼이나 될까만은 리어카에 겨우 싣고 갑니다
주어모은 종이보다
할머니의 굽은 허리 무게가
무거워 보입니다
할머니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늘을 보고 가는 사람
옆사람과 수다떨며 가는 사람
시간에 쫒기듯 급하게 지나가는 사람
유치원 아이가
엄마와 손잡고 가다 되돌아와
자기손에 든 책 한권을 할머니에게 주고 갑니다
할머니는 다시 주려고 아이를 부르지만
굽은허리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이에게 들리지 않습니다
멀리서
그 모습을보고 있던 나 자신
아이보다 철들지 않았음을
느끼며
할머니에게 다가가
3층 여행사 사무실로 올라오셔서
책 쌓인것 가져가셔요~
한참 있으니 할머니가 3층까지 올라오는 것도 버거울텐데
빙긋이 웃으시며
종이 어디있느냐고 물으십니다
할머니..
커피한잔 하시고 하셔요~
의자에 앉아도 펴지지 않는 허리로
미소로 답하십니다
쌓인 여행 홍보물 책자를 모두 찾아 드리니
큰 상자로 하나 가득입니다
가져 가실 수 있으셔요??
그럼..
마침 들어오는 건장한 영업사원에게
내려다 드리라고 하자
성큼 다가서서 큰상자 들고 내려갑니다
할머니가 1층까지 나르려면 몇시간 걸리셨을 것을.
할머니는 웃으시며
계단 난간을 겨우 붙잡고 내려가십니다
참으로 행복하였습니다
아이의 책 한권이 나를 잠시
철들게 하였습니다